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지 반년이 지났어.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분쟁이 이 해협을 사실상 폐쇄했고1, 이 좁은 물길로는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5%, LNG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다녔어1. 그런데도 에너지 가격은 1973년이나 1979년 오일쇼크 때만큼 튀어 오르지 않았어1. 왜 그랬는지, 그 반년 동안 시장이 어떻게 버텼는지를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여섯 장의 차트로 정리했어.

유가는 튀었다가 가라앉았다

해협이 막히자 원유·정제유·천연가스 가격에 일제히 위쪽 압력이 걸렸어. 브렌트유는 2월 배럴당 약 70달러에서 4월 145달러까지 두 배 넘게 뛰었다가, 8월 말에는 약 90달러로 다시 내려왔어1.

이 정도로 그친 데는 몇 가지 완충 장치가 있었어. IEA(국제에너지기구)는 3월에 회원국들로부터 전략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고, 7월 말까지 실제로 약 2억9천만 배럴이 풀렸어1.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홍해를 통한 수출로로 갈아타 각각 하루 500만 배럴, 430만 배럴을 실어 날랐고, 이라크는 하루 약 1,000대의 유조 트럭을 시리아로 보내 바니야스 정유단지를 거쳐 수출하는 우회로를 만들었어1.

미국이 빈자리를 메웠다

개전 당시 미국은 이미 하루 원유 390만 배럴, 정제유 66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었어1. 여기서 한 번 더 늘렸고, 그 여력이 글로벌 시장의 공급 공백을 메우는 데 쓰였어. CSIS는 이게 가능했던 배경으로 지난 10년간의 셰일 혁명과 걸프만 파이프라인·정제 설비·수출 터미널 투자를 꼽아1.

중국은 버텼고, 일본은 방향을 틀었다

중국은 개전 당시 상업·정부 비축유를 합쳐 약 14억 배럴을 쌓아 둔 상태였어1. 그 여력으로 원유 수입을 2025년 평균 하루 1,160만 배럴에서 약 32% 줄여 하루 800만 배럴까지 낮췄어1.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이만큼 수입을 줄이고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동안 쌓아 둔 비축유 덕이었던 셈이야. 다만 이 절제가 계속될지는 지켜볼 일이야 — 중국의 원유 수입은 7~8월 들어 다시 늘었고, 이건 앞으로 글로벌 원유 수급을 다시 조일 수 있는 신호야1.

일본은 다른 길을 갔어. 4월 사우디·UAE산 원유 수입이 하루 853,329배럴로 약 66% 급감했고1, 5월에는 한국과 원유 조달·스와프 협력에 합의해 북미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1.

LNG는 아시아로 몰렸고, 유럽은 빈손이 됐다

이란이 카타르 라스라판 수출시설을 공격하고 호르무즈가 막히면서 카타르의 대아시아 LNG 공급이 줄었고, 이게 글로벌 공급을 조여 가격을 밀어 올렸어1. 그 공백을 미국산 LNG가 메웠어 — 아시아향 미국 LNG 수출 비중은 1월 약 12%에서 5월 약 40%로 늘었어1.

문제는 유럽이야. 2025~26년 난방철이 끝난 뒤 유럽은 여름 동안 가스 저장고를 다시 채워야 했는데, 지금 채운 양은 겨울 대비 목표치 80%에 한참 못 미치는 68%뿐이야1. 미국산 LNG가 아시아로 우선 배정되는 동안 유럽은 뒷전으로 밀린 셈이고, 그만큼 다가올 겨울을 얇은 재고로 맞이하게 됐어.

공급과잉은 1년 미뤄졌다

원래 시장 전망은 2026년에 LNG가 170만 톤 남아돈다는 거였어. CSIS가 인용한 블룸버그NEF 분석에 따르면 이번 분쟁 때문에 그 그림이 뒤집혀서, 2027년에는 오히려 330만 톤이 모자라게 됐고 공급과잉 시점 자체가 2027년에서 2028년으로 밀렸어. 2031년까지의 정점 공급량은 1억400만 톤으로 잡혀 있어2.

반도체 업계는 헬륨 조달선을 미국으로 옮겼다

전쟁의 여파는 반도체 원자재에도 미쳤어. 한국의 헬륨 수입 중 미국산 비중은 2026년 1~5월 사이 28%에서 56%로 뛰었고, 대만은 4% 미만에서 약 60%까지 올라갔어1. 조달선을 아예 바꿔버린 거야. 4월에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미국 헬륨 공급업체 Air Products·Linde와 장기 공급계약까지 체결했어1 — 다음 위기가 와도 이번처럼 흔들리지 않겠다는 보험인 셈이야.

개전 전후, 세 몫의 변화

아시아향 美 LNG 수출 비중 12%(1월) 40%(5월)

한국 헬륨 수입 중 美산 비중 28% 56%(1~5월)

대만 헬륨 수입 중 美산 비중 4% 미만 60%(1~5월)

개전 전(1월 또는 초기) 2026년 5월 기준 아시아향 미국 LNG와 미국산 헬륨이 호르무즈 봉쇄 이후 몇 달 만에 아시아 공급망의 중심으로 옮겨왔다.

이 사실이 말해주는 것

여섯 장의 차트를 다 모아 보면, 이번 위기가 지나간 방식은 1970년대 오일쇼크와는 달라. 그때는 완충 장치가 없어 가격이 그대로 치솟았지만, 이번엔 비축유 방출과 수출로 우회, 그리고 미국의 셰일발 공급 여력이 충격을 흡수했어. 다만 중국의 원유 수입이 7~8월 들어 다시 늘어난 흐름은 지켜볼 만해 — 그동안 비축유로 버텨온 최대 수입국이 다시 시장에서 물량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이게 계속되면 지금까지 눌러온 유가·LNG 시장의 균형이 다시 흔들릴 수 있어.

각주

  1. CSIS, Joseph Majkut·Masha Kotkin·Caroline Russell·Alex Garcia, 「Six Charts to Explain the Global Energy Crisis」(2026-09-17) 원문 ↩︎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2. BloombergNEF, CSIS 「Six Charts to Explain the Global Energy Crisis」(2026-09-17)에 인용된 LNG 수급 전망 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