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말하면

PBM(Pharmacy Benefit Manager, 약제급여관리업체)은 건강보험사·고용주 대신 처방약 급여를 관리하는 중간 사업자야. 어떤 약을 보험 적용 목록(포뮬러리)에 올릴지, 어느 약국에서 조제하게 할지, 제약사에서 얼마의 리베이트를 받을지를 PBM이 정해. 이 세 가지 결정권을 한 곳이 쥐고 있다 보니, PBM은 약값이 얼마가 되고 어떤 약국이 살아남는지를 좌우하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비유로 이해하기

여행사가 손님 대신 항공권과 호텔을 골라주고 그 대가로 항공사·호텔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쉬워. PBM도 보험사 대신 어떤 약을 사줄지 고르고, 그 대가로 제약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그런데 이 비유가 깨지는 지점이 있어. 여행사는 보통 항공사나 호텔을 직접 소유하지 않지만, 지금의 대형 PBM은 자신이 추천하는 약국까지 같은 회사가 소유하고 있어. 손님을 자기 계열사로 보내면 이익이 두 번 생기는 구조가 되는 거지 — 이 지점부터가 PBM을 이해할 때 진짜 중요한 부분이야.

세 곳이 처방전 대부분을 쥔 구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24년 7월 공개한 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3개 PBM이 2023년 한 해 미국 약국이 조제한 약 66억 건의 처방전 중 약 80%를 처리했고, 상위 6개 PBM은 90% 이상을 처리했다.1 시장 전체로 보면 6대 PBM이 미국 내 전체 처방전의 약 95%를 취급하는 구조다.1

이 집중은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수직결합과 겹친다. 지금의 대형 PBM은 대형 건강보험사, 그리고 특수의약품(specialty drug)을 취급하는 약국까지 같은 회사 안에 두고 있다. CVS는 2018년 보험사 Aetna를 인수했고, Aetna 가입자는 CVS 소유의 PBM인 Caremark를 거쳐 CVS Specialty 약국으로 유도된다.2 Cigna는 전문약국 Accredo, PBM인 Express Scripts, 처방 사전승인을 담당하는 EviCore를 모두 갖고 있고, UnitedHealth Group은 PBM인 Optum Rx와 Optum Specialty Pharmacy·Optum Infusion Pharmacy를 계열사로 둔다.2 보험 가입, 약 급여 결정, 실제 조제까지 한 회사 손에 있다는 뜻이다.

이 수직결합이 실제로 문제가 된다는 근거도 FTC가 숫자로 제시한다. 상위 3개 PBM 계열 약국은 항암제 2종에서만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추정 매입원가를 웃도는 약 16억 달러의 초과 수익을 거뒀고,1 이 계열 약국들이 전체 전문의약품(specialty drug)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1 FTC 위원장 Lina Khan은 이 구조가 항암제를 포함해 지배적 PBM이 약값을 인상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1 같은 조사에 딸린 설문에서는 미국인의 약 30%가 비용 때문에 처방약 복용량을 줄이거나 건너뛴 적이 있다고 답했다.1

왜 중요한가

PBM은 미국에서 상업 건강보험·자가보험 고용주 플랜·메디케어 파트D·매니지드 메디케이드 등 다양한 경로로 보험에 가입한 2억8900만 명 이상의 처방약 플랜을 관리한다.3 이 규모 때문에 PBM의 포뮬러리·리베이트 결정 하나가 사실상 미국 전체 처방약 시장의 가격표를 정한다.

동시에 PBM은 건강보험·약국 관련 투자를 볼 때 반드시 걸리는 구조적 변수다. CVS·Cigna·UnitedHealth 같은 대형 보험사의 실적은 보험 부문뿐 아니라 계열 PBM의 스프레드·리베이트 수익에도 걸려 있고, 그 수익 구조가 지금 반독점 당국의 조사와 소송 대상이라는 점이 이들 기업의 규제 리스크를 이룬다.

실제 예시 — FTC의 Caremark 합의 (2024년 7월 기준)

FTC는 2024년 7월 CVS 소유 PBM인 Caremark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합의에 도달해, 계약 조건을 더 투명하게 밝히고 환자·약국에 더 많은 선택권을 주도록 요구했다. 그 전에는 같은 취지의 합의를 Express Scripts와 맺었고, 당시 Optum과도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2

이 합의의 배경에는 FTC가 2022년 FTC법 6(b)조에 따라 6대 PBM(Caremark, Express Scripts, OptumRx, Humana Pharmacy Solutions, Prime Therapeutics, MedImpact Healthcare Systems)에 발부한 특별 명령이 있다. FTC는 2023년에 리베이트를 집합적으로 협상하는 구매공동조직(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3곳에도 추가 명령을 내렸다.1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FTC는 2024년 7월 9일 잠정 보고서를 공개했다.1

헷갈리지 말아야 할 점

PBM 업계 단체인 PCMA(Pharmaceutical Care Management Association)는 PBM이 활용하는 도구가 소비자·고용주·정책입안자들로부터 처방약 비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인정받는다고 설명한다.3 “PBM은 약값을 깎아주는 협상 대리인”이라는 이해는 이 설명에서 나온다.

하지만 FTC 조사는 이 설명이 지금의 수직결합된 대형 PBM에는 온전히 들어맞지 않는다고 본다. 앞서 본 초과 수익·전문의약품 매출 집중 수치가1 그 근거다. 즉 협상으로 약값을 낮추는 기능과, 수직결합된 대형 PBM이 계열사 수익을 지키는 기능은 같은 회사 안에 공존할 수 있다 — 어느 한쪽만 보고 PBM 전체를 판단하면 실제 구조를 놓친다.

이어서 읽기

남은 질문들

  • FTC의 2024년 7월 보고서는 잠정(interim) 보고서였다.1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지금까지의 집중도·초과 수익 진단이 어떤 규제 조치로 이어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 CVS·Cigna·UnitedHealth 개별 회사의 PBM 부문 매출·이익 구조를 다루는 Entity 페이지가 아직 없다 — 각 사 공시가 쌓이면 분리할 가치가 있다.
  •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PBM 개혁 입법(포뮬러리·리베이트 공시 의무화 등)의 진행 상황.

각주

  1. Federal Trade Commission, 「FTC Releases Interim Staff Report on Prescription Drug Middlemen」(2024-07-09) 원문 ↩︎ ↩︎2 ↩︎3 ↩︎4 ↩︎5 ↩︎6 ↩︎7 ↩︎8 ↩︎9 ↩︎10

  2. KFF Health News, 「The Market Forces Quietly Adding Thousands to Patient Bills」(2026-09-08) 원문 ↩︎ ↩︎2 ↩︎3

  3. Pharmaceutical Care Management Association, 「About PCMA」 원문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