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얘기는 대개 GPU 개수나 전력 소비량으로 시작해. 그런데 정작 그 전기가 계통에서 GPU 랙까지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지는 잘 안 다뤄지지.

독일 반도체 회사 Infineon과 에스토니아 전력저장 회사 Skeleton Technologies가 그 경로 전체를 같이 설계하는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맺었어. 목표는 계통에서 시설 자체까지, AI 데이터센터 전력망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아우르는 아키텍처야.1

전력이 지나가는 세 지점

이번 MoU는 세 지점을 겨냥해. 계통에서 들어오는 교류를 시설에서 쓸 직류로 바꾸는 지점, GPU 부하가 순간적으로 튈 때 그 충격을 흡수하는 지점, 그리고 둘을 잇는 반도체다.

첫 번째는 고체상 변압기(Solid State Transformer)야. 중전압 교류를 고전압 직류로 바꾸는 장치인데, 여기에 Infineon의 CoolSiC 전력반도체가 들어간다.1 두 번째는 Skeleton의 슈퍼커패시터다. 계통과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부하 변동을 1밀리초 이내에 처리하도록 설계된 고출력 에너지저장장치인데, 회사는 이 시스템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평활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고 설명해.1 세 번째는 질화갈륨(GaN) 기반 반도체로, Skeleton의 슈퍼커패시터와 결합해 GPU 부하가 튀는 순간의 전력 피크를 깎아내는 “피크 셰이빙” 시스템에 쓰인다.1

계통 중전압 AC 고체상 변압기 CoolSiC 반도체 AC → 고전압 DC 시설 직류 GPU 랙으로 슈퍼커패시터 + GaN 1밀리초 이내 부하 흡수 피크 셰이빙 계통에서 들어온 교류가 고체상 변압기를 거쳐 직류로 바뀌어 GPU 랙으로 가고, 슈퍼커패시터와 GaN 반도체가 그 옆에서 부하 변동을 흡수한다.

이걸 합치면, Infineon의 반도체가 전력을 바꾸는 관문을 맡고 Skeleton의 저장 기술이 그 관문 옆에서 완충재 역할을 하는 그림이야. 두 회사 임원도 이 결합을 그렇게 설명해. Infineon의 산업·인프라 부문 EVP 겸 최고영업책임자 Andreas Weisl은 “Infineon의 전력반도체 전문성과 Skeleton의 슈퍼커패시터·전력변환 시스템 혁신을 결합해 차세대 AI 워크로드 수요를 충족하는 고효율·고신뢰 전력 아키텍처 개발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어.1 Skeleton CEO Taavi Madiberk는 “AI 데이터센터는 갈수록 밀도가 높아지는 GPU 인프라에 훨씬 많은 전력을 공급해야 하면서도, 전력 시스템 자체가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며 두 회사가 그 과제의 최전선에 있다고 덧붙였고.1 둘 다 자기 회사 발표문 안의 발언이니, “고효율·고신뢰”라는 결과 자체는 아직 두 회사의 주장이라는 걸 감안하고 읽어야 해.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확인되는 건 이 정도야. MoU는 비구속적이고, 계통-시설 전력 아키텍처를 공동으로 “탐구하고 개발”하기로 했다는 것.1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센터에, 언제부터, 얼마의 전력 규모로 적용하는지는 발표문에 없어. 양사가 만들 제품의 출시 시점이나 공급 계약 여부도 나오지 않았고.

이번 발표 앞뒤로 두 회사가 각각 쌓아온 이력은 이 MoU를 읽는 배경이 돼. Skeleton은 2009년 에스토니아 타르투에서 설립됐고 첫 고객은 유럽우주국(ESA)이었어. 이후 BMW의 i7·M시리즈 등 독일 자동차 업계에도 슈퍼커패시터를 공급해왔고, 올해 초에는 텍사스 휴스턴에 첫 미국 생산시설을 열었어. 이건 2025년 11월 가동을 시작한 독일(2억7000만 달러)·핀란드(6000만 달러) 공장 두 곳에 이은 것이야.1 올해 들어서는 변압기 제조사 DG Matrix와 손잡고 데이터센터 업계의 800V DC 전력 인프라 전환을 지원했고, AI 데이터센터용 신형 UPS도 냈다고 밝혔어.1 Infineon은 1999년 지멘스에서 분사한 유럽 최대 반도체 제조사 중 하나로 전력전자·자동차 마이크로컨트롤러·센서·보안칩이 주력인데, 최근 들어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 연구개발을 늘리는 중이야. 올해 초에는 한국 전기설비 제조사 LS Electric과 AI 데이터센터용 직류 전력 인프라를 개발하는 협력도 발표했어.1

즉 이번 MoU는 두 회사가 각자 다른 파트너와도 벌이고 있던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협력에 새 조합 하나를 더한 셈이야. Infineon-LS Electric, Skeleton-DG Matrix처럼 이미 개별로 움직이던 조각들이, 이번엔 반도체 회사와 저장 회사가 직접 손잡는 조합으로 나온 거고.

다음에 볼 것

MoU는 비구속적이라, 다음 단계는 구속력 있는 공급 계약이나 실제 배치 사례가 나오는지야. 그리고 Solid State Transformer·GaN 피크 셰이빙 시스템의 실제 제품이 언제 공개되는지도 지켜볼 지점이고. 지금은 “같이 개발하기로 했다”는 발표문 한 장뿐이라, 구체적인 숫자나 일정이 나오면 그때 이 그림이 얼마나 커질지 가늠할 수 있을 거야.

각주

  1. DatacenterDynamics, 「Infineon, Skeleton Technologies partner on AI data center power systems」(2026) 기사 ↩︎ ↩︎2 ↩︎3 ↩︎4 ↩︎5 ↩︎6 ↩︎7 ↩︎8 ↩︎9 ↩︎10